그 애를 만나기 전, 한나의 세상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하지만 그해 여름 준섭이 나타난 이후
한나의 세계는 거대한 물음표가 되었다.
“너는 뭐가 그렇게 다 귀찮냐. 그럼 나도 되게 귀찮았겠네.”
“안 귀찮아.”
“응?”
“좋다고. 네가 관심 가져주는 거.”
그해, 한여름 태풍처럼 한나를 뒤흔들었던 준섭이 여름의 끝과 함께 홀연히 떠나버린 뒤
한나는 오랫동안 여름을 앓았다.
그런데 13년이 흘러 배우가 된 한나의 앞에 다시 거짓말처럼 그해 여름이 당도한다.
“어느 쪽이건, 떨어질 이유는 못 되지. 붙어먹을 이유면 모를까.”
13년 만에 돌아온 준섭은 한나가 모르는 남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름 언젠가처럼, 다시 한나를 뒤흔들기 시작한다.
“충동적으로 그런 말 하지 마. 후회할 일 같은 건…”
“네가 충동이 뭔지 알아?”
“뭐….?”
“난 너랑 친구 안 해. 우리가 만날 땐 여자랑 남자로 만나는 거야. 앞으로도 계속 절대 변하지 않아.”
한나는 다시 8월의 태풍처럼 닥쳐오는 준섭을.
몰아치는 이 마음을 당해 낼 방법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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