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러지 같은 [독점]

버러지 같은

“버러지 같은 놈.”
설윤의 기억 속 지은호는 그랬다.
혼외자식으로 태어나 연광 가에 기생하는 버러지,
그런 욕을 들으면서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던.
오랜만에 만난 지은호에게
설윤이 한 말 역시 그랬다.
“지선우가 예전부터 제일 싫어했던 게 뭔지 알아? 강설윤이 남한테 관심 가지는 거야.”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지.”
“네 관심 좀 나한테 달라고.”
관심을 어떻게 달라는 건데.
한없이 진지한 지은호의 표정에 비해 답변은 전혀 구체적이지 못했고,
이런 추상적인 답변이라면 설윤이 제일 질색하는 것이었다.
“뭐, 지은호를 좋아해 마지않는 척이라도 해줘요?”
“아니지. ‘척’은 티가 나기 마련이거든.”
“그러면.”
“나를 진짜 좋아하도록 해봐.”
무슨 개 같은 소리냐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설윤이 묻기도 전에 은호가 먼저 뱉은 말은.
“그게 정 어렵다면 같이 잠이나 자는 것도 좋고. 몸정도 다 티가 나는 법이니까.”
어처구니없는 말에
설윤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었을까.
“이…… 버러지 같은 놈.”
“맞아, 나 버러지.”
설윤의 말을 순순히 인정한 은호가 웃었다.
그 뻔뻔한 태도가 거슬렸지만,
조금 더 심한 욕을 해주지 못한 게 한스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우산 같았던 지은호.
아마도 영원히 미워할 수 없을 지은호.
그 버러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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