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녀의 삶이자, 행복이자, 축복이었다.
우린 그만큼 특별했다.
아니, 특별하지 않았다.
“이제 그만하자.”
상투적인 말투로 덤덤하게 내뱉은 이별의 말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그녀의 모든 것을 파괴했다.
그리고 5년 후, 저만치 걸어갔던 사랑이 다시 돌아왔다.
“후회였어.”
한나를 바라만 보고 있던 범준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네가 날 기다린다고 했을 때 그렇게 해달라고 할걸.”
심해처럼 짙은 범준의 눈동자 속에는 온통 그녀뿐이었다.
“죽을 때까지 날 기다린다고 했을 때 그러라고 할걸.”
진중한 눈빛이 느릿하게 한나를 훑었다.
“근데 실은 후회했어. 내가 이별을 말해놓고 내가 매일 널 그리워했어.”
목소리에 담긴 애틋함에 가슴이 지끈거렸다.
“이혼해. 너만 허락한다면, 기다릴게.”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공기가 한나의 피부로 달라붙었다.
“몇 년이 걸려도 좋아.
너무 늦었다고 말해야 했다.
“이번에는 내가 죽을 때까지 널 기다릴게.”
하지만 낮은 음성은 마수처럼 뻗어와 한나를 속절없이 휘감고 흔들어댔다.
봄, 젊음, 청춘, 눈부셨던 날들. 가슴에 엉겨 붙어 있던 찬란했던 과거가 찬찬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도망칠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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