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범 주제에 인사성은 바르네요.”
겨울 바닷가를 등지고 나타난 기헌은 파도처럼 들이닥쳤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수 있는 집채만 한 힘을 갖춘 그에게 소혜는 애원했다.
“아무것도 안 바라요. 예온이 키우는 것만, 딱 그거 하나만요.”
“키워 놓기만 하고 생색내지 않겠다고.”
그러나 기헌은 알 수 없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법적 보호자도 아닌 네가 뭘 할 수 있냐는 듯이.
“그걸 덥석 믿어 줄 만큼 내가 순진하질 못해요.”
하지만 찰나의 변덕은 두 사람의 관계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들었고,
그저 부모 잃은 조카를 위해 제시한 3개월짜리 이별 준비 기간은,
“임소혜 씨는 ‘네’ 하고 대답만 잘하세요.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결혼이라는 소꿉놀이로 바뀌고 만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