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의 시체가 신경 쓰인다면 벌거벗은 저만 보세요, 폐하.”
남편의 정부는 죽은 아내의 관 위에서도 그와 정사를 나눌 수 있는 악녀였다.
그런 여자에게 눈이 멀어 나라마저 저버린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델라이데는 죽음 끝에서 되돌아온다.
“나와 혼인하겠습니까, 왕자?”
차디찬 복수심만 남은 그녀에게 전남편의 동생인 카디스는 체스판 위 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당신에게 독이 될 뿐입니다, 카디스.”
드디어 준비한 복수가 궤도에 올라섰을 때,
“나를 곁에 두는 건 죽음을 가까이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아델라이데는 아무 잘못도 없이 그녀에게 이용만 당한 카디스를 놓아주기로 마음먹었다.
카디스가 성배라고 착각해 들었을 자신은 독배였으니까.
그러나 그는 그녀를 거머쥔 채 놓지 않았다.
“죽는 건 두렵지 않습니다. 나는 오직-”
여전히 소년 같은 얼굴 위로 겨울바람 같은 냉소가 어렸다.
“당신에게 버림받는 것만이 두려워.”
“…….”
“나를 멋대로 이용했다면, 적어도 이렇게 버리지는 말아야지.”
표지 일러스트 : 구요모모
타이틀 디자인 : 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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