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믿었다가 배신 당한 여자, 서은성.
다정한 남자였다. “네가 어디가 모자라서!” “나한테 잘 해줘, 엄마.”
이루어진 사랑이라 생각했다. 결혼으로 완성된 사랑이라고. 그러나 사는 것은 동화책이 아니어서, 결혼으로 행복한 결말이 나는 건 아니었다.
그에게는 인생 첫사랑이 있었다.
“불쌍한 우리 엄마 딸기도 못 갖다주냐, 내가?”
그래도 나만 잘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남편과 함께 개원하고, 아파트를 사고, 한푼 두푼을 아끼고, 아이도 가지고.
그런데 그에게는 인생 두 번째 사랑도 찾아왔다.
“꺄, 그럼 원장님은 과외 하나 안 받고 S대 의대 가신 거네요? 멋져요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날, 자궁 수축이 왔다.
복통을 호소하자 의사인 남편이 던진 한마디, “타이레X 먹어.”
결국 아이를 잃었다.
티 내지 말고 증거를 수집하란 변호사의 말에 다시 들어간 집에서 그가 말했다.
“우리 엄마한테, 너가 유산해서 죄송하다고 전화드리자.”
핸드폰, 이중장부, 세금계산서, 법인카드 내역명세서. 전부 다 긁어서 나왔다.
홍정석. 원래 네가 살던 시궁창으로 돌아가게 해 줄게.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 김민규.
언제나 삶의 배경처럼 너를 생각해왔다.
건물 난간에 기대 위태롭게 서 있는 그녀를 잡았다. 병원 원장인 남편의 불륜이 적힌 전단지, 상간녀의 이름과 신상명세.
“이런 종이 몇 장으로 소문 낸다고, 복수가 될까요.”
뛰어내리려고 그랬지, 서은성 너.
내 손가락 사이로 네가 또 빠져나가기 직전에 너의 손목을 잡았다.
“할 거면 제대로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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