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주죠. 만나겠다고 결정하면 5천.
그 녀석과 만남을 이어 가면 한 달에 천씩.”
과거의 상처로 정신을 놓아 버린 남동생 지빈을 치료하기 위해
말벗이 되어 줄 여자를 물색하던 지한.
“키가 몇입니까? 몸무게는?”
지빈이 내건 우스꽝스러운 조건에 부합하는
적당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를 중매쟁이 신세에서 벗어나게 해 줄 해결책이 되어 줄.
“초면에 실례를 많이 하시네요?”
“이런 파티에 온 목적이야 뻔한 건데. 기준에 맞다는 말이 그렇게 기분 나쁩니까?”
하지만,
아닌 척 고상하게 굴던 여자가 결국 돈에 굴종해 왔을 때,
지한의 가슴속에 이상한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그가 난생처음 느껴 보는 기묘한 감각이.
* * *
“단단히 마음먹고 왔나 봅니다.”
지한은 이주가 잘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일수록 이상하게 말이 삐딱하게 나갔다.
“그놈 눈에 들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다 하겠다는 소리로 들려서.”
이죽거린다는 걸 알아챈 이주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비난하듯 그를 한 번 쏘아보고는 다시금 정면을 보았다.
이주가 더 말을 섞지 않겠다는 듯 굳은 자세로 고집스럽게 정면만 보고 있자 지한이 삐딱하게 입술 끝을 끌어올렸다.
그래 봐야 돈 때문에 미친 놈 만나는 주제에. 알량한 자존심은.
끝까지 그런 여자가 아닌 것처럼 굴어 보지. 그랬으면 내가 좀 더 흥미롭게 봐줬을 텐데.
“그거, 까지도 가능하겠어요?”
후, 낮게 숨을 토해 낸 여자가 입술에 꽉 힘을 주며 대답했다.
“그건, 동생분과 계속 만나게 된다면 그때 결정하도록 할게요.”
“못 하겠다는 말은 안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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