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들은 성룡이 되면 ‘끝없는 고통’에 시달린다. 120살 먹은 용 사미힐리스는 짝을 찾아 고통을 해갈하기는 글렀으니 죽자고 결심한다. 하지만 용들은 종족 보존을 위한 고대 주술에 걸려 있어 스스로 죽을 수 없다.죽기 위해서는 자신을 죽여줄 인간이 필요했다. 또한, 그 인간은 돈벌이가 되는 용을 이용하지 않는 ‘믿음직한’ 인간이어야 했다.‘과연 인간이면서 용의 눈을 가진 저 카빌리우스라는 인간이 나를 죽여줄 믿음직한 인간일까?’ 그런데 그 인간에게는 감정의 냄새가 나지 않아 속을 짐작할 수가 없다.사미는 카빌리우스를 관찰하고 또 관찰한다. ‘이게 대체 무슨 냄새지?’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아주 달콤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사미는 그 향을 계속해서 맡고 싶다고 생각한다.결국 죽고 싶다는 생각이 희미해질 때까지.* * *바실릭을 지켜야 한다. 그것만이 그의 삶의 이유였다.지난한 전쟁을 끝내고 돌아온 그를 기다리는 것은 승전식이 아닌 황제의 살수들뿐이었다.죽어서라도 바실릭을 지키려고 간 곳에서 멀쩡히 살아돌아온 것은 물론 승리까지 목에 걸었다.이제는 어떡할까.카빌리우스 바실릭은 처음으로 황제의 살수를 피해 제도로 돌아가는 와중에 황제가 아끼는 ‘짐승’을 탈취한다.그러나 그가 탈취한 짐승은 아름다운 인간 여자의 모습을 한 ‘용’이다. 과거의 영광을 잃은 용은 그에게는 그저 황제의 것이 될 뻔한 무언가였다.“네가 날 도와야 해.”뻔뻔하게 도움을 청하는 여자, 그러니까 용에게 답지 않은 일을 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황제에게 용은 가당치 않았다. 저 용이 황제의 또다른 애완 용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어째서인지 한여름의 풍경 소리같은 목소리에는 감정을 잃은 카빌리우스의 마음을 흔드는 힘이 있었다.“네게서 아주 좋은 향기가 나, 카빌리우스.”정신 차렸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지경이 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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