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섬

바람의 섬 완결

<바람의 섬> 하루아침에 뒤바뀐 운명이 그를 이끌고 간 곳에는 그녀가 있었다.

자타공인 서라벌 최고의 풍류객, 서소랑 김념. 무예이면 무예, 문예면 문예, 못하는 게 없는데다 화랑 중에서도 제일가는 미남자이며, 신라의 권세까지 다 가진 그에게 부족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그를 하늘은 시험해 보고 싶었던 것일까. 죽마고우와 함께 술을 마시다 잠깐 소변을 보러 나갔던 념은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의식을 차려 보니 낯선 섬에 팔려 온 노비가 되어 있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구구절절 설명도 해 보고, 집에 서찰이라도 보내게 해 달라 부탁도 해 보지만 다들 그를 거짓말쟁이로 보고 더욱 혹사시킬 뿐이었다. 게다가 여인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친 섬의 주인, 여지는 그의 몸에 흥미를 가져 념을 겁탈하려 드는데….

▶ 책 속에서

여지는 허리춤에 늘 차고 다니는 단도를 꺼내 이불을 길게 찢었다. 그리고 그의 손목과 발목을 결박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손목을 결박했다.

“누구야?”

그가 깨어나 고함을 치자 그녀는 재빨리 그의 발목에도 고리를 걸고 매듭을 조였다.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짓이오!”

그가 목소리를 높일 기색을 보이자 여지는 재빨리 그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그가 재갈을 싫어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는 몸을 구부려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앙탈 부리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앙탈이라니! 읍!”

그는 묶여서도 무섭게 몸부림을 쳐 댔다. 일단 묶어는 두었는데 이제 어찌해야 하나? 여지는 마른침을 삼켰다.

“으읍!”

“가만히 있으라니까!”

여지는 신경질적으로 외치고 일단 그의 옷부터 찢어 냈다.

“우우우으!”

념이 죽는소리를 했다. 하지만 기왕에 이렇게 된 것, 여지는 손에 사정을 두지 않고 사내를 알몸으로 만들었다. 알싸한 남자 냄새가 그녀의 코를 찔렀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들어 그의 가슴에 갖다 댔다. 매끄럽고 따듯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풀어 주마. 하지만 제대로 일을 치르지 않으면 네놈의 목을 따 버리겠다.”

여지는 숨을 몰아쉬며 그의 귓가에 뜨거운 숨을 불어 넣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지는 재빨리 그를 자유롭게 했다.

“빌어먹을!”

그는 풀리자마자 여지를 자신의 몸 아래 깔아뭉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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