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에 닿은 연連

희비에 닿은 연連

태백문(太白門)의 장로 희비연은 성십삼좌(星十三座)의 자리에 오른 초로의 고수였다.
그러나 삼십년 전 벌어진 혈사의 범인으로 누명을 써 사문을 멸문시키고 본인도 살해당한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로구나. 하룻밤 사이에 깨달음이라도 얻은 것이냐? 분위기가 달라졌다.”
“스… 스승님.”

자신은 살아났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왔다.

이제 절대…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지게 두진 않으리라 다짐한 비연이지만
경박하기 짝이 없는 육황자 금위를 만나 이전 생보다 훨씬 꼬여 버린 삶을 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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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갑자기 눈물을 터트리는 희비연의 모습에 금위가 황당해져서 물었다.

“왜 울어?”
“서러워져서 그렇습니다. 이렇게 한시가 중요한 때에…….”

복무관의 제자들을 죽였으니 약왕곡과 전면으로 붙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 때에 자신은 다른 사내의 것을 보며 눈물을 흘려야 하는 현실에 또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러자 주섬주섬 바지춤을 풀던 금위가 더 어이없다는 얼굴로 더듬거렸다.

“그러는 나는?”
“전하께선 대체 뭐가 서럽습니까?”
“사내 녀석 앞에 이 귀한 걸 꺼내는 내 입장은?”

물기 어린 희비연의 눈동자에 매섭고 서늘한 빛이 떠올랐다.

“그걸 꺼내는 게 낫겠습니까, 입에 무는 게 낫겠습니까?”

금위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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