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믿지 않아.”
부모의 가스라이팅과 방임으로 인해 감정을 지운 채 얼음 인형으로 살아온 한시연.
기업 간의 이득이 얽혀 무르지도 못할 정략 결혼을 치를 위기에 처한 때, 어린 시절 이민을 떠났던 박지안이 돌아온다.
“그 새끼…… 아니, 아까 그 사람이 누나 약혼자예요?”
앳된 티를 벗고 완벽한 남자가 되어 돌아온 그는 약혼자가 있는 시연을 보고도 쉴 새 없이 빈틈을 파고들었다.
“그래서, 어쩌고 싶은 건데?”
“나랑 연애해요. 이렇게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잠도 자고.”
“나 곧 결혼 날짜 잡을 거야.”
“알아요. 내가 그걸 모를 거 같아요? 근데 그거랑 이게 상관있나?”
그는 인생의 방관자로 살던 시연을 주관자로 끌어들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더 귀여운데요.”
남녀 간의 은밀한 쾌락을 가르치고
“시연아. 한시연. 누나 이름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것 같아요.”
무례와 아부를 넘나들며 그녀를 뒤흔들었다.
그리하여 다 스러진 잿더미 같던 마음에 피어오르는 불씨를 심어놓더니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는? 그땐 내가…… 어떻게 살아?”
종국에는 새빨갛게 타오르도록 만들었다.
마침내 무감한 삶의 임계점을 넘어선 시연은 개차반 같은 약혼자와 부모를 향해 단죄의 칼날을 빼 들었다.
“저는 아버지가 팔아도 되는 물건이 아니에요.”
얼음 인형의 종말이었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