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왜 날 당신 집으로 데려왔죠?
유신 체제로 짓밟힌 자유를 되찾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던 1975년 봄. 청춘을 바쳐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국희는 경찰에게 미운 털이 박혀 감시를 당하자, 미래를 기약하며 잠잠히 지내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친구가 일으킨 소동의 주동자로 내몰려 억울하게 체포된 그녀. 잔뜩 벼르고 있던 경찰로부터 온갖 고문을 받은 그녀는 급기야 굴지의 대기업 회장에게 노리개로 보내지는 신세로까지 전락한다. 그런 제 처지가 비참했던 국희는 한껏 날을 세운 채 회장과 대면하지만 뜻밖에도 그가 알은척을 해 오자 그의 정체가 몹시 궁금해지는데…….
▶책 속에서
「잘 잤나?」
「덕분에」
국희는 규환을 바라보지 않고 비아냥거렸다. 결코 눈을 마주치지 않고 비스듬히 내리깔고 있었다.
「고맙단 인사는 바라면 안 되나?」
「뭘? 집? 음식? 아니면 버러지같이 목숨 부지하게 해 준 거? 아니면 동지들과 함께 후일을 도모하지 못하게 해 준 거? 그것도 아니면 창녀처럼 팔려 온 거? 아니면 뭐? 도대체 뭘 고마워해야 하는데?」
「널 찾아낸 거」
국희의 이마가 살짝 찡그려졌다 펴졌다.
찾아내?
「뭐든 하나도, 조금도 고맙지 않아. 대신 후회는 하게 해 줄게. 날… 찾아낸 거」
「…벌써 후회하고 있다면?」
그는 자신을 외면하고 있는 국희의 두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듯 무심해 보였다. 하지만 실상 국희의 머릿속은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슨 뜻일까? 찾아내다니.
흥. 뜻은 무슨. 어쩌자고 저딴 놈 머릿속이나 생각하고 있는 거야, 조국희.
「그렇다고 내가 가만히 앉아 너 따위의 노리개가 될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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