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자 친구와 헤어질 수 없어요. 제발 살려 주세요. 헤어지라면… 차라리 죽어버릴 거예요.”
빌듯이 두 손을 모은 사촌 언니, 민주가 오열했다.
누가 봐도 사랑하는 이를 두고 딴 남자와 결혼하게 된 비운의 여자 같았다.
눈앞에 전시된 처절함에도 큰 감흥이 없어 보이던 남자의 시선이 어느 순간 윤섬을 향했다.
“그쪽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채 관찰이라도 하듯 윤섬을 바라보던 남자가 물었다.
“좋아하는 남자 있어?”
저를 인식조차 하지 않길 바랐던 존재와 정통으로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애인이나 약혼자 같은 거 없냐고.”
혼자 남은 윤섬을 지금까지 거둬준 이모네 식구들이 그녀의 입을 주시하고 있었다. 은혜도 모르는 년이라고 힐난하는 목소리가 환청처럼 선명해 윤섬은 고개를 저을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괴물의 신부 역할은 그녀에게 떠넘겨져 있었다.
***
“너 나 원망하고 있지? 나 대신 그 남자랑 결혼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다시 만난 민주는 미안한 기색 없는 얼굴로 말했다.
“근데 그거 알아? 너 그 남자랑 결혼하는 거 애초에 나랑 아무 상관도 없었어.”
“…그게 무슨 말이야?”
“정선우 걔는, 처음부터 너 찍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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