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살리기 위해 액운을 끌어모으는 희생양.
홍예주는 남편의 액받이 아내였다.
차태혁은 몰랐다.
제 아내가 아닌 그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희생양일 뿐이라는 걸.
***
결혼 3년째, 예주는 이혼을 요구했다.
제게 주어진 액받이 아내 역할이 소임을 다했기 때문이었다.
“차태혁 씨, 이혼해 줘요.”
드라마처럼 계약 부부도 아니었고,
남들에게 사이좋은 부부를 연기하기 위한 쇼윈도 부부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법적인 부부였을 뿐.
온정 하나 없는 부부 사이에 이혼은 쉽게 이루어질 거라 생각했다.
“이혼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이 이혼 서류는.”
그러나, 태혁은 제 앞에 놓인 이혼 서류를 엉망으로 구겼다.
당황한 예주가 미처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없는 겁니다. 어머니께는 내가 말하죠. 홍예주 씨도 그렇게 알고 있어요.”
이런 반응은 예주의 예상 범위 안에 들어있지 않았다.
“기다리려 했는데, 홍예주 씨가 이렇게 착각하니 안 되겠습니다.”
턱을 잡아 들어 올린 태혁의 검은 눈동자가 유난히 짙었다.
“그 자리에 있어요, 내가 무엇을 하든 놀라지 말고.”
뜨거운 숨결과 함께 입안을 가득 채운 향에 생각을 채 정리도 하기 전,
귓가에 집착이 잔뜩 깃든 진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홍예주 씨는 절대로 나를 떠나지 못합니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