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배우 차정우.
여주와의 마지막 침대 신을 남겨둔 시점, 대역 모델로 나타난 유신영.
그렇게나 떨면서도 꼬박꼬박 요구사항을 제시하던 그녀가, 아버지 회사 신입사원으로 마주하기까지 참 재밌는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사귀지는 않아도 괜찮아요.”
신영의 말에 정우는 뒷골이 뻐근해졌다.
좋아하지만 사귀지는 않아도 된다고, 그러니까 잠은 자자고.
촬영장에서처럼 금세 도망갈 얼굴을 하고서, 요망한 입술은 또 참신한 말을 하고 있었다.
앞뒤가 안 맞는 행동들, 표정과 다른 말, 걷잡을 수 없이 참신한 그녀의 말에 기가 차있을 때, 숨은 제대로 쉬고 있나 모를 얼굴로 굳어 있던 그녀가 발끝을 올렸다.
말캉한 촉감에 정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정말 짧았는데, 남겨진 체리 향이 오래도록 정우의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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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속이고 마주한 민낯에 그녀가 말한다.
……하나도 미안하지 않아.
나도 나쁘지만, 당신도 나쁘니까.
남자는 웃었다.
그는 다 알고 있었다. 그녀가 유혹해 올 거란 걸.
예쁜 독사과인 줄 알면서도 끝내 웃으며 삼킨 건 자신이었다.
모두 거짓인 걸 알면서도. 놓을 수가 없다.
너는 거짓이라도, 나는 처음부터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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