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에스퍼로 적당히,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는 르노어의 앞에 S급 가이드 레이븐이 나타난다. 어떤 에스퍼와도 매칭률 10%가 넘지 않았다던 레이븐은 보란 듯이 르노어와 98.7% 매칭률을 선보이며 르노어의 전담가이드가 된다.
르노어는 그런 레이븐을 마땅치 않아 하던 중, B급 몬스터 토벌을 가볍게 나갔다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고 크게 다치게 된다. 폭주 직전이 된 르노어에게 레이븐은 묘한 말을 흘린다. 그제야 르노어는 레이븐이 과거에 자신이 구했던 소년이었으며, 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넌, 진짜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네?”
레이븐이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일순 르노어의 창백한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게, 무슨 뜻이지?”
되묻는 르노어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자신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기시감을, 위화감을 고스란히 들킨 것만 같았다.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들은 기분이었다.
“이것 봐. 난 너에 관한 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기억하는데, 넌 전부 잊어버렸잖아. 아! 불공평해.”
“지금 무슨 소리를……. 내가 잊어버렸다니?”
“조금 서운해지려고 하네, 어쩌지?”
싱글거리는 얼굴로 서운하다고 지껄이는 그의 말을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내가 저 애송이를 잊어버렸다고? 그럴 리가 없다. 저토록 눈에 띄는 생김새를 기억하지 못할 리도 없었고, 독특한 보석 같은 눈동자를 잊어버렸을 리도 없었다.
그런데 애송이는 왜 이렇게 당당하게 아는 척을 하는 걸까? 자신은 또 왜 이렇게 불편한 기시감을 느끼는 것일까?
“어쩔 수 없지 뭐. 전부 생각날 때까지 친절하게 하나씩 짚어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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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울어 봐, 그때처럼. 전부 삼켜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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