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정 [독점]

부부의 정

아내가 두 번째 아이를 잃었다.
“이로써 빈궁의 무쓸모가 증명됐군요.”
어렵게 회임을 했지만, 세자빈인 은화가 또다시 유산하자
그녀의 폐비 절차는 순리적으로 진행됐다.
“새 빈궁을 맞으세요, 세자. 지금 빈궁의 자리를 대신할 여인은 차고 넘칩니다.”
애초에 정 따위는 없는 국혼이었다.
그녀를 대신할 새 세자빈 후보들이 궐문을 넘나들고 있을 무렵,
세자빈 폐출의 교지가 내려졌다.
그리고 세자, 건이 없는 틈을 타 그녀에게 출궁의 명이 내려졌다.
“그동안 살펴주셔서 감읍하옵니다, 저하.”
주인 없는 빈방에 절을 올리고서 폐서인 신분으로 강등된 은화가 궐을 나서려는데.
“잃은 아이는, 다시 가지면 되는 것.”
떠난 줄 알았던 건이 은화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나는 너를 보낼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가 전에 없던 애틋한 눈길로 거리를 좁혀왔다.
“혼인 생활도 부부 관계도. 그리고 우리가 가질 아이도.”
"저하."
지독히도 무관심하던 남편의 낯선 모습에 은화는 당황하고.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마치 서로가 서로에게 첫정인 것처럼.”
‘다시’를 고한 순간, 동궁에는 동백꽃이 활짝 피어났다.
첫 아이를 보냈던 그때처럼.
그러나 은화는 차마 발설할 수 없었다.
제 안에, 우리의 세 번째 아이가 자리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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