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무영과 결혼해요. 내 딸 시연이가 돌아올 때까지 대역이 필요해요.”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정도로 닮은 외모지만 부잣집 아가씨와 놀이 친구로 신분이 달랐던 시연과 하연.
“미련도 남기지 말고 몸도 주지 말고 그저 그 자리만 지켜 줘요.”
해서는 안 되는 일인 걸 알면서도 하연은 엄마를 살리기 위해 시연의 대역을 수락한다.
비록 첫눈에 반한 상대인 서무영을 속이는 일일지라도.
“연아. 너를 잘 안다고 생각했어.”
서무영의 아내는 어렸을 때부터 정략결혼 상대로 정해진 신시연뿐이었다.
사랑도 연민도 없는 그저 허울뿐인 결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내 아내가 된 너는 마치 다른 사람 같네.”
무영의 몸이 하연에게 기울어졌다.
그의 숨이 닿자 하연의 입술 사이로 옅은 숨이 짙은 향기와 함께 번졌다.
“오빠……. 무슨 뜻이야? 내가 대체 누구란 말이야?”
모든 것을 꿰뚫는 듯한 눈빛에 하연은 뒷걸음질 쳤다. 들켜서는 안 된다.
이 연극에서 퇴장할 때까지 그에게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아는 신시연이 아닌 너는 대체 누구지?”
이상하다. 그토록 혐오스럽던 아내였는데 자꾸만 마음이 동했다. 이 감정이 혼란스러웠다.
몇 번을 품어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아내가 궁금해졌다.
“네 진짜 이름을 알려 줘.”
“나는…….”
하연은 날뛰는 심장을 잠재우려는 듯 숨을 삼키며 입술 끝을 달싹였다.
그와 닿을 때마다 점점 선명해지는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또다시 그를 속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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