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곤란한데.”“…….”“놓으라면 놓고, 꺼지라면 꺼지고. 그렇게 말 잘 듣는 애새끼로 보입니까, 아직도 내가?”은재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나한테 너, 남자 아니야. 그러니까 애처럼 징징대지 말고 그만 내 앞에서 꺼져.’8년 전, 그만하자는 한마디로 이별을 고한 저를 한태오가 다시 찾아왔던 날. 은재가 했던 말이었다.사는 동안 가장 하기 힘들었던, 그 말.“아, 차은재 씨는 순해 빠진 착한 남자가 취향이던가?”그날, 은재 옆에 있던 누군가를 떠올리는 듯 그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비릿하게 웃었다.“미안해서 어쩌지. 난 아니라서.”큼지막한 손이 뒤통수를 감싸 당기며 그대로 고개가 내려왔다. 곧바로 입술이 맞물렸다.***“보기 좋네.”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남자가, 축축하게 젖은 붉은 입술을 느릿하게 핥았다.이내 몸을 맞붙이는 그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열기가 가득했다. 곧 벌어질 일을 예감한 은재가 흡, 긴장한 숨을 들이켜는 찰나. 남자가 그녀의 안으로 밀어닥쳤다.“나를 원한다고 말해. 제발 너를 가져 달라고 매달려 보라고.”은재의 팔을 들어 올려 제 목에 감으며, 그가 짓뭉개듯 입술을 겹쳤다.깊이 더 깊이.뜨겁게 더 뜨겁게.아찔하게,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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