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대 있는 집안의 상속자와 그 집 가정부의 딸.처음부터 그 의미를 알았어야 했다. 제겸이 소하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할 일 따윈 없다는 걸.‘내가 죽었다고 생각하세요.’그래서 먼저 사라졌다.그와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8년이 지난 어느 겨울날, 자신의 초라한 집 앞에 제겸이 서 있었다. 어딘가 지친 눈을 하고.“아이까지 낳은 줄 몰랐는데.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나 봐.”아이가 있다는 걸 들키고 말았지만.“다시는 찾아오지 마세요.”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또 도망가 봐. 끝까지 쫓아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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