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어버린 계약 [선공개]

젖어버린 계약

“내가 좀 난잡해지고 싶어서 상대를 고르는 중인데.”
이현의 가슴이 눈에 띄게 들썩거렸다.
“굳이 먼 데서 찾을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
줄곧 내리깔았던 눈을 들어 올린 이현은 도건의 말에 홀린 듯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 집에 입주 가정부로 들어간 순간부터 품은 욕망이었을지도 몰랐다.
“떨지 말고, 잡아. 어디든 잡고 버텨 봐.”
거침없이 잇새로 파고든 그의 숨이 달았다.
***
아이를 살리기 위한 계약은, 어느새 욕망으로 젖어버렸다.
이현이 의도적으로 도건에게 접근해 함께 몸만 나눈 지도 벌써 오래.
그녀는 이제 정말로 커져 버린 마음을 전부 뒤로해야 했다.
그를 다른 여자와 이어주어야 했으니까.
“상무님이 그 여자분과 결혼하시면 좋겠어요.”
낮게 실소한 그가 그녀의 턱을 당겨 시선을 맞췄다.
“우리 관계는 내가 끝내야 끝나는 거라고 하지 않았나.”
“……상무님.”
“날 봐야지. 이현아.”
그의 손길이 그녀를 아프게 헤집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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