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긴 합니까?”곧 죽어버릴 것만 같은 눈이 그녀를 붙들었다.착각이겠지. 에드먼드는 단 한 순간도 그녀를 사랑한 적 없었으니까.오만한 사내였다. 고상한 언동의 속내는 무도했다.그렇기에 로렌느는 삶이 끝나는 날까지 에드먼드를 사랑할 일이 없을 거로 믿고 결혼 계약서에 서명했다. 얼마나 순진했던가.오만한 건 결국 로렌느 카터 자신이었다.이해할 수 없지만 로렌느는 결국 에드먼드를 사랑하게 되었고, 에드먼드는 그녀와 결혼한 대가로 목숨을 위협받았다.그러니 떠나야 했다. 에드먼드를 더 사랑하게 되기 전에. 그리하여 떠나려는 마음이 닳아 사라지기 전에.진저리나는 사랑이 끝내 그의 숨을 앗아가기 전에.“……사랑하지 않아요.”“로렌느 스펜서는 에드먼드 카터를 사랑해야 한다. 계약 조항을 잊은 건 아니길 바랍니다.”“잊지 않았어요.”“…….”“노력했어요. 노력했는데…….”사랑하지 않으려 부단히도 노력했다. 대체 언제부터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된 걸까.“아무리 노력해도 저는 계약을 지킬 수 없어요. 그러니까…….”당신을 살리기 위한 모든 노력이 허사였다고, 그러니 이건 당신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방법이라고.차마 하지 못한 말을 혀 밑에 짓뭉갰다.그렇게 구역질하듯 말을 끄집어냈다.“이혼해요, 우리.”나약한 그녀는 더는 그의 죽음을 견뎌낼 수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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