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 등장하는 의성 공주는 역사적 실존 인물인 의순 공주를 참고 하였으나, 의성 공주를 포함한 인물, 지명, 사건 등은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며 창작에 의한 허구입니다.***“나는 도망 노비가 아니다!”증오하는 임주윤과의 가례를 무로 돌리기 위해 비구니가 될 결심으로 도망한 공주, 휘녕.암자를 찾던 중 귀신도 도망칠 수 없다는 초고리촌의 추노꾼, 목에게 잡힌다. 거칠고 무례한 추노꾼에게 저는 도망 노비가 아니라며 화를 내지만, 정체를 들킬 수 없던 휘녕은 결국 목이 제안한 거래를 받아들인다.“제가 천자문을 떼는 날까지 아씨를 안전하게 지켜 드리지요. 그러려면 저의 색시가 되어야겠습니다.”초고리촌에서 목의 색시 ‘담’으로 살게 된 휘녕. 목과의 거래였던 천자문을 가르쳐주며 고단하지만 즐거운 평민의 삶에 빠져든다. 목의 영특함을 깨달을수록 그의 신분이 안타깝고 점점 끌리게 되지만, 자신이 이미 혼인을 한 부녀자라는 사실과 신분의 벽 앞에서 절망한다.“아니 가겠다고 하십시오. 내 곁에 있겠다고, 그리 대답해.”천자문을 떼는 날 미련 없이 암자로 뫼시겠다 약조하였지만, 점점 몸집을 키워가는 욕망을 누르기가 힘들다.귀한 공주와 천한 추노꾼이라는 신분의 벽, 평생을 준비한 복수, 어릴 적 약조. 제 안의 넘쳐나는 갈등 앞에서 몇 번이나 무너졌지만 이대로 휘녕을 포기할 수 없다.임금이 아닌 옥황상제가 오더라도, 염라대왕이 무간지옥으로 끌고 간다 엄포를 놓아도 이제는 물러설 수 없다.[본문 中]“…욱.”속에서 치받는 토기에 입을 막은 휘녕은 고개를 돌렸다. 휘녕을 돌아본 목은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역하십니까?”휘녕은 입을 가린 채 목을 노려보았다. 품에서 단도를 꺼낸 목은 멧돼지의 앞다리 하나를 잡아 들었다.“그럼, 아씨께서 고상하게 받아 잡숫던 고깃국이 처음부터 보기 좋았을 줄 아셨습니까?”목은 남은 앞다리의 동맥을 끊으며 말을 이었다.“보기에 끔찍하십니까? 반촌의 백정들이 소를 잡을 땐 이보다 더 끔찍한 방법으로 소를 잡습니다.”손가락으로 제 미간을 톡톡 치는 목의 행동에 휘녕의 미간엔 잔뜩 주름이 잡혔다“이제껏 아씨께서 드신 소고기가 맛나셨다면 백정의 끔찍한 도살 방법이 육질을 좋게 만든 거지요.”“….”“이놈으로 탕을 끓여 드릴까요? 야생에 살던 놈이라 육질이 좀 질기긴 할 것이지만, 푹 고아 드시면 기력 보충엔 좋을 것입니다.”“누가 먹고 싶다 하였더냐?”고집스레 돌리고 있던 휘녕의 고개가 목을 향해 휙 돌아갔다. 사납게 노려보는 휘녕을 보며 목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왜, 이 꼴을 보니 끔찍하여 더는 고기가 자시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렇다면, 잘된 일이 아닙니까.”저놈이 또 무슨 소리로 염장을 지르려고. 눈에 불을 켜고 노려보는 휘녕을 향해 목은 비뚜름하게 웃었다.“머리 밀고 비구니가 되시거든, 어차피 고기 맛도 못 볼 터인데. 제 덕에 고기에 대한 미련을 딱 버리게 되지 않았습니까. 성불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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