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알아들어? 내 아들, 네 남편 애라고.”
몸이 불편한 언니 대신 온갖 의무를 짊어지고 원치 않는 황후가 되었건만, 돌아온 것은 배신과 상처뿐이었다.
“내 애를 낳고 싶다면 내 구두에 쏟아진 와인을 핥을 기세로 비굴하게 굴든가, 언제 어디서든 안길 준비를 해야지.”
나는 의무감으로 사랑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내와 이혼하기로 결심했다.
*
언니와 황제인 남편을 버리고 떠날 준비를 마쳤는데 이상하게 떠나고 싶지 않아졌다.
“여기서 나가시면 꼭 널리 말씀해 주십시오. 안대를 쓰지 않은 제 얼굴을 보았다고.”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당황스러워서 눈을 번쩍 떴지만 눈가를 덮은 손 덕분에 뮈르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속눈썹이 뮈르세의 손바닥을 스쳤다.
눈을 가린 채 내 등 뒤에 선 뮈르세가 말했다.
“이솔레티 님의 모습은 제가 눈을 가리고 상상했던 그 어떤 모습보다 아름다웠노라고.”
전남편의 의붓 동생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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