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세임아. 내 정수리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회목그룹의 본부장, 차태목.
그가 망울도에 나타났다.
별장 관리인의 딸은 감히 어울릴 수도 없게, 근사한 모습으로.
“엿같겠지만 사실이 그래.”
반대편 운동화의 진흙도 닦이고 있었다.
평생 손에 흙 한번 묻혀 본 적 없는 주제에.
차태목은 내게 묻은 흙은 늘 지나치지 못했다.
“그러니 별수가 있나 싶고.”
손수건을 무심히 내팽개친 그가 무릎을 세우더니 제 양쪽으로 두 팔을 짚어 왔다.
날카로운 코끝이 뺨에 푹 박힌 것이 먼저였다.
그와 입술이 맞물렸다.
그 순간 어디선가 매애앰- 매미가 시끄럽게 울었다.
우리의 여름이 다시 시작되는 소리였다.
***
“너 하나는 지켜. 이제 그 정돈 돼.”
이 섬을 기어이 갈아엎겠다고 나타난 네가 문제인 걸까.
아니면 여전히 볼품없는 나의 스물여덟이 문제인 걸까.
“비켜.”
우리의 인연은 그 시절의 불장난으로 마무리 지어야 했다.
“죽으란 소릴 돌려 하네.”
그러나 큼지막한 발자국은 도리어 거리를 좁혀 왔다.
무심코 붙잡게 된 차태목의 팔은 세월에 익어서인지 더 단단해져 있었다.
“눈에 좀 안 보였다고 우리가 떨어져 있었던 것 같지, 한세임.”
“…….”
“나는 내내 너랑 살았어.”
이 여름이 얼마나 길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다가올 이별이 녹아내리지 않을 정도로만 무덥기를 바랐던 그 여름.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