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첩을 폐위시켜 주시옵소서.”
스스로를 신첩이라 칭하기에도 우스웠다.
단하 역시 원한 적 없는 자리였다.
억울하게 집안이 풍비박산 났으나 억울하다 소리 한번 못 해본 허울뿐인 자리.
단하의 지아비인 영은 보위에 오르기 무섭게 조정을 장악하고 있던 실세들의 사지를 잘라버린 냉혈한 폭군이자, 단하를 제 어머니에 빗대서 비수를 꽂으며 밀어낸 무정한 사내였다.
그렇게 제 발로 별궁으로 나선 지 어느덧 3년.
지아비의 외면과 후궁들의 암투까지, 연모하던 마음은 갈리고 갈려 이제 더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니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러나 영은 단하를 놓아줄 마음이 없었다.
“그 자리에 앉은 이상, 그대는 내 것이오.”
마치 집어삼킬 듯한 눈동자가 단하를 향했다.
“내게서 또 벗어나려 한다면, 그때는 그대의 집안을 몰살하고 귀양살이하는 그대의 아비에게 사약을 내릴 것이니.”
그리고 귓가에 대고 낮게 읊조렸다.
“오늘부터 매일 중전을 안을 것이오. 그대가 회임할 때까지.”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