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를 때까지 이블레인 영지에 내려가 있거라.”
차가운 어머니의 명령에 따라 카르시온은 쥐 죽은 듯이 살겠다고 결심했다.
그런 그의 앞에 누군가 자그마한 손을 내밀었다.
“안녕, 카르시온. 나는 르네 이블레인. 블루베리 먹을래?”
“나 블루베리 싫어해.”
여자애의 커다란 눈망울에 놀라우리만치 빠른 속도로 눈물이 고였다. 카르시온은 당황했다.
“그래도 하나만 줘 봐. 맛이…… 없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맛없는 블루베리를 오물오물 씹으며 카르시온은 생각했다.
내가 왜 얘한테 말린 거지?
***
그렇게 르네 이블레인에게 홀딱 빠진 나날이었다.
언제 고백하지? 고백했다가 친구도 못 되면 어떡하지?
괴롭고도 달콤한 고민을 이어가면서도 카르시온은 한 가지만은 확신했다.
제 인생의 마지막 날까지 르네가 함께할 것임을.
고작 2년 뒤, 그녀를 영영 잃게 될 줄도 모르고.
“전하! 전하! 드니브르크 산맥에서 천년 만에 블랙 드래곤이 깨어났습니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이블레인 영지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르네를 앗아간 블랙 드래곤을 토벌하고 카르시온은 제국의 영웅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면 뭐하나.
바보같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 한번 못 해 봤는데.
평생 홀로 살아가리라 결심하는 그의 앞에 첫사랑과 똑같이 생긴 여자가 나타난다.
“르네? 르네! 나야, 나…….”
“……저기, 누구세요?”
“……나 못 알아보겠어?”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여자가 미안한 미소를 지었다.
“죄송한데 제가 기억상실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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