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부족으로 가이드 납치가 성행하다 못해 당연시되는 때.
능력 출중한 S급 가이드 채도민은 과로에 시달리며,
저를 납치해 줄 깜찍한 에스퍼를 기다렸다.
문득 드는 묘한 기시감.
드디어, 납치 경력만 족히 다섯 번인 도민의 촉이 말하고 있었다.
이건 분명, 나를 가이딩 지옥에서 구원해줄 에스퍼의 등장이라고.
……그런데 나를 감금한 에스퍼가 이상하다.
순종적으로 굴면 굴수록 질려하기는커녕 기뻐하는데.
이게…… 맞나?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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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네? 뭐가요?”
“내가, 내가 지금 뭘 입고 있는 거야?”
“뭐긴요. 잠옷이죠.”
“……이게 잠옷이라고?”
사해건의 주장이 너무 어이없는 나머지 헛웃음이 다 터져 나왔다.
이게 잠옷이라고? 이 죄수를 방불케 하는 옷이?
자연스럽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디자인에 고대하던 휴가를 그냥 내 손으로 망가뜨려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다리는 내 심정과는 상관없이 사해건을 따라 척척 움직이고 있었다.
‘……제정신이 아니다, 진짜.’
검은색과 흰색이 교차하는 단가라 형태의 죄수복을 잠옷이랍시고 내게 입히다니.
……잠깐. 그렇다는 건 내가 기절한 사이에 내 알몸을 봤다는 거 아닌가.
그럼 잠옷의 디자인보다도 이쪽이 더 큰 문제 아닐까?
잠옷 디자인까지는 어떻게 참아 보겠지만,
내 허락도 없이 옷을 갈아입히며 맨몸을 봤다는 건 도저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없었다.
“……너.”
“여기 앉으면 돼요, 형.”
단단히 따져 물으려는 순간, 사해건이 아까처럼 화제를 돌리며 자리를 가리켰다.
“제가 형을 위해 차린 저녁이에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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