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연기를 해. 깜빡 속아 넘어가게."
사랑하는 척이 제일 쉬워 결혼을 했다.
숨 쉬듯 새어 나오는 감정을 꾸민 체하는 것만큼
이서의 삶에서 쉬운 조건이 없었다.
그와 동시에 모든 게 손에 쥐어졌다.
멀게만 느껴졌던 풍요, 평생을 바라왔던 기회.
그러나 그에 딸려오는 한 조각의 다정만큼 값진 게 없었다.
황홀했다.
설령 필요에 의한 감정일 뿐일지라도.
“힘이 들어?”
“으응.”
“힘이 왜 들까, 이서야. 네가 뭘 했는데.”
그러나 가진 게 결핍뿐인 자신은 남자에게 필요한 그 무엇도 줄 수 없었다.
결혼한 지 1년하고도 5개월.
아이는 생기지 않고, 몸은 점점 이상해져 갔다.
마치 불량품이라도 된 것처럼.
“좋아해. 너는 나 미워해도, 나는 너 좋아해.”
“그러니까 나를 좋아해 주지는 못하더라도 나 조금만 덜 미워해 주면 안 돼?”
그야말로, 아내로서 실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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