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 안 섞인 너 같은 것도 딸이라고,
너라면 껌뻑 죽는 네 엄마. 다른 한쪽 다리도 저는 꼴 보고 싶어?”
대영 그룹의 후계자 강동주.
악마 같은 그놈은 결국 선을 넘어 연수의 엄마를 볼모로 육체관계를 요구했다.
폭주하는 그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망연자실한 그녀 앞에 나타난 그 남자, 강무진.
고작 대영의 사생아 주제에, 후계자인 강동주보다 더 대영의 주인 같았던 그 남자.
안다. 그 또한 동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럼에도 강동주를 피해 남자의 품으로 날아들 수밖에 없었다.
“나랑…… 자고 싶어요?”
“그렇다면, 줄 겁니까?”
몸은 섞되 감정이 흐르지 않는 사이.
딱 그것이면 되었다.
그저 악마 같은 동주가 제게서 그 관심을 거둬갈 때까지, 딱 그때까지만 참으면.
“대표님 여자 할게요. 할 수 있어요.”
“그럼 어디…… 증명해 봐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남자를 버려야 할 순간이 오면, 미련 없이 등질 수 있을 거라고.
그러나,
“나, 안 보고 싶었나?”
“대표님은…… 제가 보고 싶었나요?”
어느 순간부턴가 그를 향해 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를 버려야 할 순간이 왔음에도, 여전히.
“나 당신 너무 사랑해서, 이젠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부나비처럼.
그것이 곧 제가 죽을 자리인 줄도 모르고.
.
.
.
최악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차악.
그러나, 당신은 나의 파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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