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이 나를 흑막으로 만들었다.
그것도, 소꿉친구인 남자 주인공 대신.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날, 나는 소꿉친구인 키어런이
세상을 구원할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귀찮아. 내가 왜?”
하지만 망해가는 세상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나 하나에만 관심 집중.
“오늘따라 좀… 너무 무모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네, 헬레니아.”
“용기가 가상한 거야, 아니면 내가 눈 뒤집히는 꼴이 보고 싶은 거야?”
그렇다고 내게 설설 기냐고?
아니? 그냥 같이 멸망당해서 죽고 싶은 거 같던데?
주인공이 원작이랑 왜 이렇게 달라진 거야!
「제국 멸망의 흑막, 벨데르 공작을 찾아라. 」
설상가상으로 주인공 주제에 흑막이라는 소문까지 돈다.
[ 긴급 퀘스트 : 주인공의 돌발 행동을 막아주세요. ]
[ 퀘스트 실패 페널티 : GAME OVER ]
그런데 정말, 소문이 아니라 진실인 걸까?
안 돼, 난 얘가 세상을 구하는 꼴을 봐야겠어.
“당해도 내가 당한 건데.
네가 아니라 내가 하는 게 맞지 않겠어?”
설령 내가 대신 흑막으로 나서게 되더라도―!
***
“단둘이, 방에 있는데.”
내 몸을 살짝 누르며, 키어런이 웃었다.
“계속 긴장 안 하지, 너?”
가볍게 내리눌러오는 무게도, 가까워진 체온도 모조리 낯설었다.
오늘따라 그가 더욱 뜨겁게 느껴졌다.
‘내가 긴장하지 않았다고?’
솔직히 억울했다. 이번엔 정말 제대로 의식하고 있었는데.
아니, 솔직히 한 번도 그를 의식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헬레니아.”
“…….”
“내가 남자로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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