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운에 휘말려 죽을 뻔한 에스퍼를 살려줬더니, 본인이 능력자라는 것도 모르고 살아왔단다.
특수전략분석팀의 팀장, 현도하 에스퍼는 협회장에 의해 반강제로 짝지어진 신입과 페어를 이루게 된다.
둔하면서도 해맑은 어린아이 같은 신입은 어째 하나부터 열까지 다 미숙했다.
“가이딩 안 받을래요. 전 형 말고 다른 사람하고는 손도 잡기 싫거든요.”
가끔은 정신연령이 의심될 만큼 어린 느낌이 났는데, 어째서인지 그 느낌이 꽤 익숙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현도하도 차츰 정은오에게 기대게 될 무렵.
“협회 때문에 형이 죽을 만큼 고생하는 거잖아요.”
“역시 협회 같은 건 없어지는 게 낫겠어요.”
정은오가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형도 저만 있으면 되잖아요. 그쵸?”
***
“은오 씨가 왜 여기 있어요?”
도하는 은오의 등장에 진심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길거리에서 만나도 놀랄 텐데 무려 게이바에서 만났으니, 이걸 어떻게 안 놀라겠는가.
반쯤 얼어 있는 도하에게 은오가 나긋하게 말했다.
“형이 말했잖아요.”
“내가 뭘요?”
고개를 숙인 은오의 입술이 도하의 귓가 언저리에 닿았다.
“경험해두라면서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도하는 문득 가이딩 센터에서 나오면서 했던 제 말을 떠올렸다.
-가이딩을 받다 보면 상황에 따라 키스보다 더한 것도 해야 할 때가 올 거예요. 문란하게 놀라는 건 아니지만, 몸 섞을 좋은 상대가 있으면 가능한 한 미리 경험해두는 걸 추천할게요.
설마 그 말을 듣고 여길 왔다고?
이를 확인시켜 주듯, 은오가 눈부실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그래서 경험 쌓으려고 와봤는데 형이 있네요. 우와, 신기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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