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순이네 억금식당 [단행본]

금순이네 억금식당

새벽 별은 화려하게 점멸하며, 산책길을 밝혀 주었다. 저 지혜의 빛이 등불이 되어 막힌 문장의 물꼬를 터 주기를 은수는 간절히 바랐다. 자신이 한동안 제대로 자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씻지도 않았음을 뒤늦게 깨닫자, 은수는 눈앞이 조금 어지럽게 느껴졌다.
맞은편에서 무언가 품에 잔뜩 안은 채, 빠른 속도로 걸어오던 남자와 어깨를 부딪치고 말았다. 은수는 기운이 없어서 부딪치자마자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남자는 너무 놀라 안고 있던 물건들을 전부 바닥에 내려놓고 자신의 어깨를 잡아챘다. 억지로 일으켜 세우려는 듯 손아귀에 힘을 주는 통에, 은수는 얼굴을 사정없이 찌푸렸다. 당황한 남자가 무언가 다급하게 말을 하려는 찰나였다.
꼬르륵.
“아, 죄송… 너무, 너무 …배가 고파요….”
얼어붙어 있던 남자는 은수의 말을 듣고 멍하니 서 있다가, 대뜸 그녀를 자신의 어깨에 둘러멨다. 은수는 힘이 없어서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저 어어… 어어… 바보 같은 소리만 냈다. 남자는 멀지 않은 곳에 세워진 커다란 트럭의 조수석에 은수를 메다꽂았다.
잠깐. 은수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차 시동을 걸었다.
나, 모르는 남자에게 납치를 당한 건가?
“사… 살려 주… 살려 주세….”
꼬르륵.
납치범에게 흐느껴 울면서 말하는데 배에서도 정신없이 꼬르륵 소리가 났다. 남자는 그런 은수를 보고 아무 말 없이 액셀을 더 세게 밟았다.
은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눈앞에는 깨끗하고 단정한 간판이 놓여 있었다.
[억금식당 본점]
“뭐 하고 있어, 이 냄새나는 아가씨야!” 
그는 허리에 두 손을 얹고서,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밥 차려 줄 테니까 빨리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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