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가졌는데 정부로 둬? 당신이 양보해줘.”
불륜 현장을 들킨 남편이 벨로니에게 한 말이었다.
망해가는 가문을 겨우겨우 일으켰는데 결국 돌아온 건 배신이었다.
게다가 그 배신으로 인해 생을 마감하기까지.
‘만약 내게 기회가 생긴다면… 남편부터 족쳐버리자.’
그 마음이 닿은 걸까, 정신을 차려 보니 결혼식장으로 회귀해 있었다.
망설임 없이 남편에게 주먹을 휘두른 벨로니는
저주받은 야수라 불리는 샤누르 라인하르트 대공에게로 찾아간다.
“저는 저주를 풀 방법을 알고 있어요. 거기엔 전하의 도움이 필요하고요.”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지?”
“순결이요.”
그 말에 샤누르는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짧은 정적이 흐르더니 벨로니는 “아!” 하고 무언가 깨달은 듯 소리쳤다.
“걱정 마세요. 제 순결은 아니고 전하의 순결이에요.”
* * *
처음엔 그렇게 시작된 계약관계였을 뿐인데.
“일전에 그대의 손을 잡으려고 했던 건 이유가 있었다.”
말을 마친 샤누르가 벨로니의 손을 잡아당겨 제 입술 위에 짓눌렀다.
입술 끝에 닿은 말랑하고 작은 손이 바르작거렸다.
“이렇게 신체 접촉을 하면 고통이 사라진다.”
그는 벨로니가 호흡을 멈췄다는 걸 눈치채고서 볼을 느리게 문질렀다.
“그래서 저주를 풀기 전까지만 그대와 접촉을 계속하고 싶다.”
“…….”
“허락, 해줄 건가?”
벨로니는 저와 시선을 맞춰 오는 금안을 보며 생각했다.
돌이킬 수 없는 계약을 하고 만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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