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피폐 소설에 빙의했다.
린지 샬럿 에버그린이라는, 소설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로.
시골 휴고스에서 평화롭게 살며
약혼자 케이든과 결혼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수도로 올라간 케이든이 날 배신하고 백작가 영애에게 환승해 버렸다.
그렇게 버려져 혼자 질질 짜고 있을 때.
내 사촌, 레지 엔니프 디 발렌틴이 다가왔다.
“린지, 난 당신을 위로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어요.”
뭐든 할 수 있다니, 과한 친절인 건 아닌가 싶었지만
워낙에 상냥한 사람이라 그런가 싶었다.
다음 날 아침, 그와 같은 침대에서 눈을 뜨기 전까지는.
욕망이 그득한 금안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그에게
가족끼리 이러면 안 된다고 소리쳤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런 개 같은 소리는 그만해 줘, 린지.
생각해 봐, 너랑 내가 가족일 리 없잖아.”
사실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는 내 이복 언니의 친엄마의 언니의 의붓아들이었으니.
*
그렇게 레지에게 감겨 어영부영 결혼한 후에야 알았다.
케이든이 백작 영애에게 환승하고 그가 내게 다가온 일련의 과정이 모두 그의 계략이었음을.
그런데 여기서 더 환장할 부분은,
그가 소설 속 왕실을 쥐고 흔드는 흑막이었을 뿐만 아니라.
여주를 감금하고 학대하는 최종 빌런,
슈네스 공작이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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