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의 손에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악녀에 빙의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순 없었다.
그래서 악녀 인생은 청산하고, 새 삶을 살아가기로 했다.
“이혼해 주세요.”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저를 죽일 남주와 관계를 정리하려 했다.
그런데,
넙죽 이혼하겠다고 할 것 같은 남편은 예상 밖의 행동을 보였다.
“제멋대로 구는 건 이제 지겹군.”
데릭은 엘리시아가 보는 앞에서 이혼 서류를 찢었다.
사납게 찌푸려진 검은색 눈썹 아래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마음대로 피의 계약을 해서 날 옭아매더니, 이제는 이혼?”
“…….”
“절대 안 돼. 이혼하고 싶으면 죽어.”
머리가 아팠다.
이거, 쉽게 이혼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엘리시아가 아니다.
어떻게든 이혼해서 이번 생은 죽지 않고 살아남고 싶었다.
***
그래서 억지로 한 피의 계약 해지 방법을 찾아왔는데,
데릭의 표정이 이상했다.
“왜 그래요, 데릭.”
꼭 울 것만 같은 표정이다.
“지겨운 엘리시아 아델하이트에게서 벗어나게 되었잖아요.”
“내 속은 뒤집어 놓을 대로 뒤집고서, 이제 그냥 가겠다고?”
덕분에 덩달아 제 마음도 울렁거렸다.
“아니.”
으르렁거리는 낮은 음성이 온몸을 꽉 조여 왔다.
“엘리시아. 넌 이제 아무 데도 못 가.”
“…….”
“죽어서도 내 옆에서 죽어.”
엘리시아 아델하이트라면 넌더리가 난다던 그 남자는,
이제 저 없이는 안 된다며 집착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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