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례

혼례 완결

<혼례> 그것은 이미 운명이었다…….

보국의 단주 한예령은 3년 전 자신을, 아버지를, 그리고 나라를 구해 준 한 사내의 뒷모습을 가슴에 담아 왔다.
그러던 어느 날, 태륜국과의 정략 결혼을 피하기 위해 칼을 배우려던 예령은 무뚝뚝하지만 실상은 따듯한 손을 가진 한 사내를 만난다.
그가 바로 3년 전의 그 사내라는 것을 깨달은 예령은 가슴이 설레지만,
그는 자신이 정략 결혼의 상대인 장보윤이라며 혼인을 거절해 달라고 요구하는데…….

▶ 책 속에서

"혼인을 앞둔 사람 아니던가?"

"나는 그 혼인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러니 당신께서 나를 잡아 주세요. 예령은 눈으로 청했다. 그녀가 혼인한다는 말을 듣고 3년 만에 나타난 그였으니, 칼을 구하는 그녀를 도와 칼을 알려 준 그였으니 그리 하리라 생각했다. 그도 그녀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태륜국의 사내라면? 나를 알고도 그 같은 결정을 내릴까?"
살상의 방법을 세세하게 설명하던 순간이 차라리 더 따뜻하게 느껴질 만큼 그는 냉정했다. 아마도 그의 심장은 무쇠 같은 근육처럼 딱딱하기만 한 것은 아닐까? 더욱 거대해 보이는 그에게서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신을 알게 되면 다른 결정을 내릴까요?"

"아마도."

"말해요. 당신은…… 누구입니까?"

청각은 존재에 대한 확인을 기대하며 곤두섰고, 사위는 고요 속으로 잠겼다. 눈앞의 사내는 새삼스럽게 자세를 바로 하고 입을 열었다.
"장가원의 장자, 장보윤(張甫允)."

그녀의 심장은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세상의 모든 소음은 그녀의 청각으로 몰려들어 시끄러운 수레바퀴를 돌렸다.

* 이 전자책은 2007년 출간된 <혼례>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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