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시장에서 데려온 남주를 세뇌해 길들이는 악녀의 하녀역에 빙의했다.
‘이러다 남주가 정신을 차리면 나는 끝이야.’
살길을 찾고자 세뇌를 강화하는 약을 바꿔치기하고 남주의 가문에 연락했다.
무사히 남주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 평범하게 퇴장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주인님. 제발 저를 버리지 마세요.”
세뇌당한 남주가 악녀 대신 내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
남주의 정신적 안정을 위한다는 이유로 강제로 공작가에 붙들렸다.
아니, 그럼 제 정신건강은요?
“주인님, 저 몸이 너무 아파요.”
“오늘은 제게 잘했다는 말을 해주지 않으시는 건가요?”
시간이 충분히 지났는데도 남주의 세뇌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악녀가 내 행방을 알아채기 전에 도망가야 하는데.
어차피 남주의 건강은 성녀인 여주가 알아서 치료해 주겠지?
“부디 몸 건강하세요, 도련님.”
그렇게 생각하고 은퇴를 선언했는데.
“주인님, 어딜 가려고?”
나를 붙잡는 그의 눈빛이 형형하다.
“주인님은 항상 내 곁에 있어야지.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내가 먹는 것, 마시는 것, 말하는 것 전부 기억하고 지켜보고 걱정해야지.”
꼬박꼬박 주인님이라고만 부를 뿐이지 말투가 아예 바뀌었는데.
너…… 정신 안 돌아온 거 맞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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