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작정하고 온 거 맞아요.”
역시 곁에 두지 말걸.
거짓말도, 위선도 떨지 않는, 순하디 순해서 울컥 무언가 치솟게 하는……
말간 눈으로 저를 직시할 때마다 답지 않게 넘어가 준 탓이었다.
“한 번이면 돼요. 또 져주실 거잖아요.”
처음으로 온기를 느낀 사람처럼 뺨을 비빈 여자는 떨리는 마음을 숨길 생각도 없어 보였다.
천진해서 더욱 발칙한 유혹에 우습게도 마음이 허물어지고 만다.
“어때, 유노을. 작정하고 온 보람이 있어?”
쾌락에 이끌린 건 한순간이었다.
“네가 겁 없이 저지른 짓이 어떤 건지, 앞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책임져 봐.”
욕망이 닳을 때까지 탐하고 취하면 놓을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순진한 고백 한 번에 닫힌 마음이 쉽게 허물어질 줄 모르고.
물속에 잠긴 채 겨우 살아가는 권우진의 일상에 따스한 햇살처럼 스미는 그녀로 인해.
“노래, 다시 하고 싶어졌어. 유노을, 너 때문에.”
기꺼이 꺼진 삶에 불을 피우고, 포기한 꿈에 다시 희망을 덧입혀 보았다.
때 묻지 않은 그 마음이 변하지 않길 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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