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고 있어요 [독점]

헤어지고 있어요

“우리. 그만해요.”
“왜.”
말하는 순간까지도 마음을 다잡아야 했던 저와 달리, 도경의 대답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열애 중이라던데요, 태영 백화점 장태희 상무와. 그러니 가벼운 관계는 정리해야죠.”
해강이 말하는 동안 빤히 쳐다보던 도경이 피식 하고 웃었다. 그리고 옅은 숨을 뱉으며 물잔을 들어 넘겼다.
“그런 이유라면 받아들일 수 없는데.”
“나는 이제 혼자 하는 사랑이 아닌 같이 하는 사랑을 하고 싶어요. 내 감정이 사랑이라는 건, 당신도 부담스럽잖아요.”
“내가 결혼하더라도 윤해강은 옆에 있어. 내 제안으로 이 관계가 시작되었으니 끝내는 것도 내가 해야지, 네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하찮아요, 당신에게?”
이런 걸 예상하지 않았다. 도경이 반색하진 않아도 수긍할 줄 알았다.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모습이라서 당황스러웠다.
“그래? 윤해강이 그렇다면 그것도 그런 거라고 해. 그만하자는 말은 더 이상 꺼내지 마.”
***
“당신이 그 정도로 치졸하지는 않아야 해요.”
해강의 얼굴은 시리도록 차가워졌다. 도경을 보는 시선은 날이 섰고 말하는 목소리는 찬기가 가득했다.
“어떻게 하면 되겠어. 내가 맞출 테니 네가 방법을 제시해. 어떻게 하면 윤해강과 대화란 걸 할 수 있는지.”
“우리가 나눌 대화 같은 건 없어요.”
화를 낼 거라고 예상했지, 농락이라고 말할 줄은 몰랐다.
“무섭네, 윤해강. 그 정도로 내가 싫은 건가.”
그런데, 해강아.
나는 포기가 안 돼. 너를 놓을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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