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씨 훔쳐 가더니, 참 잘 키우고 있었어.”
끊어낼 수 없는 탯줄을 문 아이는 제 친부가 왔다는 듯 여느 때와 다른 발길질이었다.
가죽 장갑 낀 엄지손가락이 아린의 볼록 솟은 배를 가리켰다.
6개월 전, 과거를 끊어냈단 아린의 착각은 올가미가 되어 갑자기 들이닥쳤다.
마치 기현은 이 모든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이 아이는 내 아이야.”
“나중에 들통날 거짓말은 함부로 하지 맙시다.”
“이기현!”
“여전히 내 이름은 잘도 불러. 밤에는 좋다고 앓아대는 소리만 내면서 낮엔 말할 줄 아는 사람처럼 쫑알쫑알 말도 참 많아.”
권위와 품위를 갖고 태어난 JG 무역 대표이사가 이기현이라면.
진 베이커리 ‘사장’인 아린도 고개를 빳빳이 들면서 맞섰다.
느닷없이 내리는 눈처럼 예고도 없이 찾아온 기현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던 때,
“그 짐은 뭐야?”
베이커리 의자에 올려진 의문의 짐가방이 마음에 걸렸다.
“당분간 지낼 데가 생겨서 챙겨왔어.”
“이 근처로 이사를 했다는 말이야?”
“지내보고 괜찮으면 그럴지도.”
머릿속이 얼얼해질 정도의 묘한 웃음을 띤 기현의 눈빛이 향해왔다.
버리자고 마음먹었던 남자가 소유할 것처럼 다가온다.
풋풋했던 그 시절의 앳된 감정과는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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