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 10년간 누군가의 아내가 되기 위해 사고 팔린 횟수였다.
이 치욕이 다섯 번이 되던 날, 그를 만났다.
“셀리아.”
여섯 번째 남편은 전 남편들과는 달랐다.
그는 자신을 ‘이름’으로 불렀다.
그러나 그의 가족들은 나를 부정했다.
흡사 길거리의 오물을 보는 듯한 눈빛은 경멸의 방증이었다.
“애당초 베르세이크에 저따위 물건이 들어온 것부터가 잘못된 일이거늘.”
“진짜 기분 나빠! 당신처럼 더러운 여자가 만져도 되는 물건이 아니란 말이야!”
“핏물이 빠진 네 얼굴도 봐줄 만할 거야. 아, 박제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려나.”
전쟁터로 떠난 그를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어떤 모욕과 치욕도 견딜 수 있었건만. 돌아온 남편은 혼약서를 갈가리 찢어 불쏘시개로 던졌다.
“자, 이제 그대는 자유의 몸이야.”
자신에게 처음으로 온정을 베풀어 준 남자.
그는 어디로든 가라고 말했으나 죽기보다 싫은 선택지였다.
셀리아는 생애 처음으로 '용기'라는 객기를 부렸다.
“……이대로 당신 곁에 있어도 괜찮을까요?”
“정신 나간 소리, 여기 남아서 나랑 같잖은 사랑놀이라도 할 셈이야?”
“사랑놀이…… 그런 것을 좋아해요?”
“뭐?”
“당신이 원한다면 노력해 볼게요.”
그러나 이때는 알지 못했다.
여섯 번째 남편이 죽은 줄로 알았던 첫사랑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이 그의 친모를 죽인, 원수의 딸이라는 비극적인 진실도.
이 모든 걸 알고도 저를 사랑해 온 남편이
정작 사랑의 결실인 아이는 원치 않으리라는 미래도.
마침내 잔인한 현실을 직면한 날, 셀리아는 배 속에 아이를 품고서 남편의 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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