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되기 전, 탑 층에 갇힌 대공비로 빙의했다.
그런데 영지가 망하고 있었다.
모두 너무 꼬질꼬질하고 말랐다. 밥도 챙겨 먹이고 물도 구해주고 했을 뿐인데, 나만 찾는다.
대공비를 경계하고, 철벽같던 대공도 나를 찾기 시작했다.
*
대공이 벽에 기대고 있던 등을 떼었다. 그러자 그의 그림자가 침대 프레임을 넘어왔다.
그가 앉으면서 침대가 눌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당황했다.
설마… 대공이 옆에서 자려는 것은 아니겠지.
“대공과 대공비는, 잠을 따로 잤다면서요.”
대공과 대공비는 같은 침실을 쓴 적이 없었다.
“첫날밤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계약에 있었고요.”
그런데 왜 그는 침대에 앉는 것일까.
“지금까지는 그대 마음대로 다했지. 그럼, 이제 내 마음대로 해도 되지 않나.”
눈 밑까지 끌어올린 이불을 꼭 쥐었다. 철벽같은 대공이 갑자기 훅 들어오고 있었다.
큰일이었다.
사랑은 아직 할 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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