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에게 경멸과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이 말을 듣기 전까진.
“정말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
“어. 제발 죽었으면 좋겠어. 너랑 각인한 것도 끔찍해, 알아?”
“…….”
“숨 막혀서 차라리 내가 죽고 싶다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오는 대답에 실소가 흘러나왔다.
더 이상 붙잡는 건 제 미련이고 집착이었다.
알고 있었다. 인정하기 싫어서 모르는 척하고 있었을 뿐.
하지만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
“알겠어.”
이 지경까지 와서야 깨달았다.
너를 포기해야 할 순간이 지금이라는 걸.
그래도 다행이었다.
죽기 전에 너를 보내 줄 수 있어서.
죽기 전에 너를 정리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네가 죽는 것보다 내가 죽는 게 나으니까.
* * *
너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오자마자 다짐했다.
다신 마주치지 않으리라. 이번 생은 나만을 위해서 살자.
분명 그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는데.
“또 도망치네.”
왜 다시 만나게 된 걸까.
무서웠다.
나를 원망하고 증오했던 그날의 너를 마주하게 될 것 같아서.
하지만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태연하게 다가왔다.
“정말 너만 있으면 돼. 나는…….”
내 손을 두 손으로 감싼 채 그대로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애틋하면서도 절박한 목소리로.
“단지 너와 죽고 싶어.”
그렇게 말했다.
생명력을 다 잃은 듯 죽은 눈동자를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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