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왕비 [단행본]

세 번째 왕비

작가를 생업으로 삼아 조용한 여생을 살겠다는 달콤한 꿈도 잠시,
공작가의 영애이자 대학까지 졸업한 신여성 스카이 엘레나 코트니는 드높은 현실의 벽과 마주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공작에 오른 언니 알렉스를 생각해서라도 결혼해야 했다.
“결혼해야겠어.”
스카이는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은 이웃 나라의 왕비가 된 친구 셀리아가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며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대학 졸업장이 알려준 진로가 시집이니?”
스카이는 입을 삐쭉이며 끄덕였으나 곧이어 야심에 찬 사업가의 눈빛을 보였다.
그녀는 ‘잘 들어봐’ 하고 운을 떼며 투자자에게 신규 사업을 선보이듯 말했다.
“나라에 딱 하나, 그 모든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가 있어.”
어린 시절 함께 놀곤 했던, 지금은 왕위에 오른 패트릭의 세 번째 왕비 자리.
스카이는 제 기발한 아이디어에 놀라며, 당장 그와 만나고 싶다는 뜻을 궁에 넣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
쌍방에 이익에 부합하는 깔끔한 관계가 될 것이라 여겼는데,
자신을 대할 때 흘러나오는 패트릭의 봄날처럼 산들거리는 수줍음은 뭘까.
“왜 저에게 이리도 잘해 주시는 건가요?”
그녀의 물음에 오래도록 침묵을 지키던 그는, 곧이어 뺨을 발갛게 물들이며 말했다.
“당신과 결혼하고 싶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당신과요.”
“그래서 요지가 무엇인가요?”
“스카이, 당신이 왕비가 된다면 아무런 의무 없이 하고 싶은 것만 하셔도 돼요. 제 명예를 걸고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나와 결혼해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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