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끝난 사이잖아요.”
“끝났지. 그것도 아주 깔끔하게.”
우진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만나는 남자가 있다면서 가 버렸지.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그게 새빨간 거짓말이더라고.”
“…….”
“내가 아는 홍세령은 좋아하는 남자를 두고 딴 새끼랑 뒹굴 만큼 막돼먹은 애가 아니거든.”
세령의 눈동자에 물결이 일었다.
“충동적으로 사촌 오빠 친구랑 하룻밤 보낼 만큼 강심장도 아니고.”
“우진 오빠.”
“제대로 이야기하자는 거야.”
우진은 세상 무해한 얼굴로 다정히 말했다.
“애석하게도 난 한 번으로 끝날 만큼 너에 대한 마음이 얕지 않거든.”
“그날 다 말했잖아요. 끝이라고.”
“난 시작이었어.”
“…….”
“내가 널 짝사랑한 세월이 얼만데 겨우 하룻밤 보냈다고 사랑이 식겠어.”
“난 아니에요. 오빠랑 이렇게 엮이는 거 싫어요.”
늘 그랬듯 세령은 쌀쌀맞게 대꾸했다. 그러자 우진이 픽 웃으며 그녀의 손목을 끌어당겼다.
서로의 숨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힐 정도로 상체가 가까워졌다.
“이제 전략을 바꿔 보려고.”
“…….”
“지고지순한 건 네 취향이 아닌 거 같아서.”
허리를 세운 우진은 세령을 내려다보며 군림하듯 말했다.
“치사해질 거야.”
우진의 입꼬리가 느른하게 위로 올라갔다.
“마음을 가질 수 없으면 네 껍데기만이라도 끌어안아 보려고. 그때처럼.”
표지 일러스트: 메이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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