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이딴 짓 하는 게 역겨워? 그러면 나한테 빌면 안 됐지. 안 그래?”
가족도, 작위도, 돌아갈 곳도 모두 잃은 딜라일라.
반역자로 처형당할 위기에 10년 만에 재회한 황태자 비센테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모른 채.
“그럼 내가 하란 것만 하고, 주는 대로 먹고, 얌전히 지내.”
그와 함께할수록 딜라일라의 자아는 서서히 스러졌다.
“네가 날 떠나서 뭘 할 수 있겠어. 딜라일라.”
숨 막히게 아름다운 그가 저를 질식시키고 있었다.
떠나야만 했다.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 어디로든.
그렇게 그에게서 영영 떠났을 텐데, 어째서 당신은 또다시 내 앞에 서 있는 걸까.
“미안해. 늦었어. 내가, 전부 다….”
누구보다 오만한 남자가, 누구보다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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