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기를 빌려 솔직해진 밤이었다.
서준의 조건 없는 편애를 기억한 본능이 취기를 빌려 부추겼을 뿐, 지난밤은 일탈이었다. 휴가와 맞물린 우연한 재회는 핑계로 적당했다.
그런 우리에게 우연한 재회는 일어나지 않아야 했다.
“이서야. 우리 매일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거지?”
“…….”
“너도 나 사랑하지, 응?”
서울에서 쫓기듯 달아난 뒤 서준에게 전화는 하지 않았다. 불행은 위로가 아니라 동정받을 일이니까.
그 피폐한 삶에 서준은 기껍게 발을 들일 것이다. 정이서가 나라를 팔아먹어도 무조건 편을 들어 줄 사람이니까.
그래서 달아나야 했다. 나의 불행을 서준이 짊어지지 않기를 바라서.
그러나 무방비로 맞닥뜨린 소나기처럼 얼굴 위로 흩어지는 버드 키스는 사랑받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하룻밤의 일탈이 아니라,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서준아.”
그거 아니, 간절했으나 모른 척하고 외면해야 했던.
흐드러진 봄꽃이 바람에 흩날리면 가장 먼저 네가 생각났어.
앙상해진 나뭇가지에 눈꽃이 피는 겨울이 되면 그리움을 더 심하게 앓았어.
재회한 지 겨우 하루.
마음은 풍랑을 만난 배처럼 흔들리고 있는 감정 <이 사랑을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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