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발가벗고 내 앞에서 왔다 갔다 해도 절대 안 서.”
강수혁은 자신의 입으로 말을 뱉고서 당황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녀의 몸 위에서 흐느낀 것이 엊그제였다. 윤설의 벗은 몸을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야생마처럼 질주해 버리고야 만 것이다. 딱 한 번의 실수였다.
“나도 마찬가지야. 넌 나에겐 그냥 마네킹이야. 진짜 눈길도 안 가. 그냥 몸 좋은 마네킹.”
윤설은 자신의 입으로 말을 뱉고서 마찬가지로 당황스러운 얼굴을 했다. 단 한 번도 상상해 보지 않았던 강수혁의 몸은 슈트 차림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제법 탄탄하고 예쁜 근육들이 그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몸은 자신의 취향에 맞았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원수처럼 지냈던 두 사람이 거대한 거래와 불편한 동거를 앞두고 각자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직전의 순간이었다.
“그럼 됐네. 결혼하자.”
“그러자. 계약 조건은 꼭 지켜라.”
두 사람은 각자 앞에 놓인 서류에 사인을 호기롭게 휘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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