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울어봐."
그러면 내 마음이 흔들릴지도 모르니.
난 이 남자에게 가지고 노는 장난감,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철저하게 득과 실로 나뉜 그의 인생에 놓인 체스 말처럼 필요하면 관계를 유지하고, 버려지는 그런 도구라는 걸 알면서 그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바로 죽은 동생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증거가 그 남자의 손아귀에 있었기 때문에….
"계약 결혼, 몸뿐인 관계. 뭐든 좋아요. 저는 전무님을 좋아하니까요."
그가 쥔 증거를 얻기 위해 처절하게 사랑을 고백했다.
비참하고 상처받아도 멈출 수 없었다.
이 남자를 이용해야만 범인을 잡을 수 있었기에.
하지만 백도하는 만만치 않은 남자였다.
"그런데 어쩌지? 난 윤여원 씨가 필요 없어. 왜냐고? 이용 가치가 떨어져 버렸거든. 그래서 버릴 생각이야, 당신을."
직선으로 내리꽂힌 냉엄한 남자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되더니, 이내 픽 하고 비웃음을 흘리며 여원을 침대에 눕혔다.
"그러니 지금 당장 설득해 봐. 내가 널 버리지 않을 수 있도록 날 흔들어 보라는 말이야."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동자에 검붉은 욕망이 일렁거렸다.
착각일까. 그 순간 이전엔 볼 수 없었던 갈망이 느껴지고 말았다.
"전무님, 그 말 후회하지 마세요."
차갑디차가운 야욕, 그게 우리 관계의 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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